정림의 기술력
기술 수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지난 세월이 축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제와 문화가 다른 것은 발전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생산 활동을 하면 경제는 급신장할 수도 있지만 문화는 단시간에 발전시킬 수 없다. 과학과 기술도 문화와 같은 발전 유형에 속하는 분야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에 의하여 발전할 수 있다. 정림의 현 기술수준이 어느 수준이든 그것은 지난 세월 정림의 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의하여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4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건축가 김정철과 김정식이 정림을 설립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설립취지 세 가지 중 ‘미래지향적 기술 활동, 기술진의 종합화, 기술향상 도모’라는 표현이 각 항목에 나타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 의도도 기술력의 뒷받침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 건축이라고 생각한 젊은 건축가의 의지가 담겨있다.
“건축이란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다.”“작품 대부분이 곡선형태여서 재료와 구축방식에 대하여 연구를 많이 한다. 당연히 기술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리처드 로저스와 자하 하디드의 말 역시 예나 지금이나 건축에서 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항목임을 강조하고 있다.
“규모와 양이 늘어난 건축물량에 비례하여 규모와 매출이 늘어난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들이 적지 않지만 기술력도 비례하여 높아졌는지는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어느 대학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기술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비 윤리와 이윤극대화가 팽배한 것이 일반적인 현실인지도 모르지만 정림은 일반적인 설계조직에 속하기를 거부한다. 설립 초기부터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를 계속했고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 젊은 경영진과 조직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정림의 기술 수준은 내부평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와 시공회사 그리고 실제 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과 건물을 유지 관리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 장기간에 걸쳐서 평가 및 결정된다는 엄연한 사실도 알고 있다. 오늘의 정림을 있게 한 고마운 분들에게 정림이 해야 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을 할 것이며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림의 기술수준에 대하여 외부에서의 높은 평가를 기대할 뿐이다.
설계조직의 기술력은 조직구성원의 능력과 이를 적절하게 통합하는 조직구조, 그리고 경영진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연관되는 사무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형조직일수록 부서별, 프로젝트별로 반복되는 작업을 줄여서 줄인 시간을 디자인과 기술분야에 투자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며, 경직되기 쉬운 대형조직에서의 소통 또한 기술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정림은 설계의 질 관리(quality control)뿐만 아니라 품질보증(quality assurance)을 목표로 한다. 설계 상의 실수로 건축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를 당연히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피해보상 문제는 디자인이 아닌 기술력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기술력 강화가 그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어떤 디자인 의도도 설계와 시공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설계과정상의 오류를 줄이면서 준공 후의 건축물 유지관리까지 편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년 전부터 BIM설계를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남보다 먼저 비정형 설계팀을 신설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노력과 시도는 수년 후에 정림의 기술력 수준을 평가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기술력과 연관된 조직 및 발자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드로잉 매뉴얼(Drawing Manual)
1974년 남해화학 여수비료공장 신축설계 때 세계적인 플랜트엔지니어링 회사인 미국 Flour사의 드로잉 매뉴얼에 맞게 설계를 했고 그 과정에서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림에 맞는 매뉴얼을 처음으로 제정하고 수 차례 보완하여 현재 사용 중
2. 해외 건축사무소와 교류
1974년 소공동 플라자호텔 설계 및 감리를 일본 다이세이건설과 공동으로 수행
1987년 니켄 세케이(Nikken Sekei)에 해외연수 18개월 파견
1985년 무역센터(with 니켄 세케이), 영동세브란스병원 마스터플랜(with ELLERBE BECKET)
1989년 SK그룹 중앙연구소(with CRSS), 삼양사 중앙연구소(with Perkins&Will)
1992년 서초동복합빌딩(with HOK)
1995년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새병원(with ELLERBE BECKET)
등의 프로젝트는 해외 건축가들을 초청 또는 정림팀을 파견하여 공동작업
3. 교육
1992년부터 “외장재 무엇이 문제인가” “건축과 풍수” “방수결함과 대책” 등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매주 사내 세미나 개최. 현재의 ‘정림포럼’으로 발전. 감리과정에서 느낀 설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감리본부의 의견을 종합하여 연 1회 사내교육. 2003년부터 실무경력 4년차와 7년차를 대상으로 연간 33시간의 사내의무교육 시행 계속.
4. 표준화 및 DB구축 전산화 추진
1976년~1979년 「표준 상세도집」완성하여 청사진 책자로 사내 활용.
1984년 CAD system도입, 1995년 3rd party 개발 판매.
1987년 사내에서만 활용하던 표준상세도를 「건축상세」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여 대외 공개.
5. 전문도서확보 및 도서검색 프로그램 개발
창립 때부터 건축전문도서 구입 시작해, 국내설계사무소 중에서 최대장서 확보. 약 15,000권 보유 및 1995년 시설별 작가별 검색프로그램 자체개발.
6. 설계종합보고서 작성
1980년부터 실시설계 납품 후에 “설계종합보고서” 작성(인원투입 결과분석 공사비를 포함한 공정별 중요자재 분석자료 확보하여 차기 유사 프로젝트에 참고자료로 활용)
기술품질 수준은 설계진행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굳게 믿는 정림은 설계 본부별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세 차례의 기술심의를 한다. 기술지원실은 각종 기술자료를 제공하면서 기술심의를 주관하고 있다. 심의위원은 기술지원실과 각 설계본부의 수석 PA들로 구성되고, 기술적인 해결방법은 실시간으로 전사적 소통으로 이어진다. 기술력 제고를 위한 정림의 노력은 조직이나 프로젝트 운영면에서 계속 진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2009년 Preface_정림의 기술력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