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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09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고민

가상의 공간을 다루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을까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 이미지 출처: 'Warner Bros. Korea' 유튜브 공식 채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을 보면 주인공은 현실과 구분이 힘들 정도로 잘 구현된 가상세계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합니다. 영화 속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에 가까운 공간부터 현실에 없는 공간까지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물리 법칙의 한계를 뛰어 넘기도 하며 발달된 기기, 의류 등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감각적 작용들이 현실세계의 육체에 느껴집니다. 이 영화가 개봉된 2018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먼 미래에는 가능하겠구나."

 

 [이미지 출처: 'abc NEWS']

 

그리고 우리는 2019년 12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COVID-19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등장하였고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하늘의 길은 막혔고, 사람들은 일상을 잃었습니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실천을 하였고, ‘비대면(untact)‘ 이라는 세상의 요구를 받으며 위기 속에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달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방식, 일하는 방식, 교육을 하고 받는 방식 등이 급변했고,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과 서비스들은 눈에 띄게 발전했습니다. 어쩔 수 없음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그것들은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born realist']

 

‘메타버스(Metaverse)‘란 가상/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세계/세계관을 뜻하는 ‘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 를 의미합니다. COVID-19 이후에 등장한 용어 같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IT 기술의 발달과 COVID-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가속화로 점차 주목을 받았고, 앤데믹으로 향해가고 있는 지금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개념이자 이슈입니다.  

                                                             

                                                 

[동시성] [현장성] [예측불가성] [순간성] [다수성]

 

기존의 디지털, 온라인과 다르게 메타버스는 크게 5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나와 상대방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동시성’‘현장성’)과 그렇기 때문에 나타나는 상황에 대한 ‘예측불가성’, ‘순간성’ 이 있습니다. 또한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물리적 개수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수로 존재(‘다수성’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동시성’, ‘현장성’, ‘예측불가성’, ‘순간성’은 실제 오프라인 세계의 특징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하여 메타버스를 새롭게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타버스(Metaverse) = 현재 세계에 중첩되어 있는 무한 확장 가능한 가상 초월 세계

 

그리고 미국의 비영리 기술연구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서는 메타버스를 기술과 응용 및 사용자 이용행태에 따라 다음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하나은행 1Q블로그' / 자료 출처: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

 

‘포켓몬고’, ‘이케아 플레이스 앱’은 증강현실(AR), 페이스북 ‘페이스북360’,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은 라이프로깅(Lifelogging), 구글 ‘구글어스’, ‘에어비앤비’는 거울세계(Mirror Worlds), 네이버Z ‘제페토’, ‘세컨드라이프’는 가상세계(Virtual Worlds)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메타버스는 현재, 어쩌면 이미 삶의 근처에 존재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메타버스를 왜 알아야 할까요 ? 그것은 바로 거대 자본들이 메타버스를 향해 유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좌)'하나은행 1Q블로그' / 자료 출처: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 

(우)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 내 콘서트 / 이미지 출처: 사이트 '똑똑(dokdok)']

 

메타버스의 시장규모를 보면 매년 꾸준히 성장하여 2024년에는 7,899억 규모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까지 메타버스의 시장규모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있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향한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란 겁니다. 특히, 메타버스와 결합이 용이한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은 이미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COVID-19 팬데믹 이후 얼어붙었던 음악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인게임(in-game) 이벤트’를 미래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4월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 내에서 진행된 미국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가상 콘서트는 총 45분 공연으로 2,000만 달러(한화 약 220억 원)의 수익을 내었고, 이는 2019년 오프라인 콘서트 투어 공연의 하루 매출 170만 달러를 한참 넘는 금액입니다. 메타버스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찌 등은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위한 메타버스 매장을 열어 이용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Why we know Metaverse']

 

이렇듯 메타버스에는 현재 시장의 자본과 산업·분야들이 모이고 있고, 건축 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건축설계사무소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정림건축 미래팀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진행하였고, 당시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부분을 이용하여 임직원들에게 메타버스 개념을 소개하고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메타버스 활용 형태]

 

메타버스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들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형태와 특징들은 위와 같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플랫폼’을 꼽을 수가 있는데, 쉽게 말해 이용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가상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의 자체 개발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면 보급형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게더타운’, ‘이프랜드’, ‘제페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림건축에서는 이러한 보급형 메타버스 플랫폼 중 ‘게더타운’을 이용하여 태평로 본사의 메타버스 가상 공간 ‘정림타운(JUNGLIM Town)‘을 구축(정림타운은 정림건축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였고, 이를 통해 사내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좌)정림 사내 행사 '슬기로운 정림생활', (우)정림 사내 행사 '2022 정림건축 시무식']

 

그 중 2가지의 행사만 소개하자면 ‘슬기로운 정림생활‘과 ‘2022 정림건축 시무식‘ 입니다. 

‘슬기로운 정림생활’은 2021년 입사 사원들이 자체 기획하고 준비한 2021-2022 신입사원 자유 만남의 장으로, COVID-19 때문에 입사 전 다양한 환영 행사는 물론 본사 방문 조차 할 수 없는 2022 신입사원들이 메타버스로 정림이라는 공간과 분위기 등을 간접 경험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행사는 본사 공간에 대한 위치와 기능을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과 COVID-19로 어려웠던 2022 신입사원 간 소통 창구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2022 정림건축 시무식’은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시무식으로, 기존 비대면 시무식의 일방적 전달 방식을 벗어나 정림타운을 통해 임직원 간 상호소통의 장을 제공하여 현장, 합사, 파견 등의 이유로 물리적 거리가 있는 직원들도 본사의 현장감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소속감과 몰입감을 전달하였습니다.

정림타운(JUNGLIM Town)은 보급형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위와 같은 단기 행사를 포함하여 외부 홍보, 업무, 사내외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정림건축의 각 부서와 팀에서 메타버스 활용법에 대해 자율적으로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미래팀은 미래 업무 방식 연구의 일환으로 현재 메타버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

 

“Technology is anything invented after you were born, everything else is just stuff.
(기술은 당신이 ‘태어난 후’에 발명된 모든 것이고, 이외의 것들은 단지 ‘Stuff’이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앨런 케이(Alan Kay)가 한 말입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새로 배워야 하는 신기한 모든 것들이 ‘Technology’이며, 어떤 사람에게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것들은 ‘기술(Technology)’이 아니라 ‘당연한 것(Stuff)’이라는 것입니다. ‘기술’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은 ‘책’도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 ‘활자’라는 기술을 통해 상용화 되었지만 현 시대의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하여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 즉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세대를 넘어 앞으로는 메타버스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올 지 모릅니다.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ESG’, ‘친환경’ 등은 최근과 같은 기후 변화 위기에서 오는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해결·대안책에서 오는 요구라면, ‘메타버스’는 COVID-19 팬데믹으로 가능성을 발견한 미래 삶의 형태에 대한 고민이자 흐름에 가깝습니다. 처음에 소개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처럼 실체화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세계의 변화 속도를 보면 머지 않아 가능해 보입니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 건축 산업은 아직까지도 매우 뒤쳐져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그것을 따라가려는 시도가 정체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가상이긴 하지만 새로운 ‘공간’과 ‘세계’를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건축 업계에 있는 우리들은 조금 더 개인적 차원에서 한 번쯤 고민해야 할 개념이 아닐까 하는 질문과 함께 글을 마무리 합니다.

 

글. 이재헌 (정림건축 연구소)

출처. 정림건축 연구소 JUNGLIM INNOVATION <https://innovation.junglim.com/?p=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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