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이끄는 힘

인터뷰이. 방명세 정림CM 대표이사

정림건축의 한 부서였던 CM이 부문이 되고, 다시 2023년에 분사한 뒤 2024년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이전, 독자적인 정림CM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건설업계에 각종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CM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8년 CM 총괄을 맡고 2023년 분사 이후 창립 2년째 정림CM을 이끌고 있는 방명세 대표는 1990년에 정림건축에 입사해 항상 회사의 새로운 도전에 앞장섰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의 자세처럼 정림CM 역시 단순한 감리 영역 넘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고 프로젝트의 비용과 공기를 단축해 주는, 더 높은 수준의 토털 서비스 CM을 지향하고 있다.

정림건축의 일원이 된 지 30여 년이 넘었습니다. 회사의 새로운 도전에 앞장섰던 프런티어로 평가받는데요.

돌이켜 보면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설계 공채로 입사했는데 설계 업무를 하다가 기획실로 발령이 났을 때나, 당시 신규 사업 분야인 주거 분야 본부장이 되었을 때, 또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 CM에 몸담게 된 일 모두 당시에는 제가 요구되는 자격이나 역량에 맞지 않거나 아직 불투명한 사업이었습니다. 맡겨진 일에 대응하기 위해 배우고 또 변화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능력이 쌓이고 사업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었고, 건설 과정에서도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한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지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했던 게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CM의 역할과 필요성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CM이 의무 조건이 되면서 일반적으로 CM은 법정 감리 역할에 그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오늘날 CM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대표께서 정림CM을 통해 강조하는 자세는 무엇인가요?

감리는 설계도서가 현장에서 잘 지어지도록 검수하는 게 큰 역할이었지요. 자칫 피동적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규모와 전문성이 날로 확대되는 건설 현장에서 CM은 매 순간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CM의 본질은 건축의 모든 단계에 관여해 프로젝트가 잘 수행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어디에서 리스크가 발생할지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지요. CM단이 플래닝 단계부터 설계팀과 함께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며 건설 사업 전반을 매니징해야 합니다.

그런 태도 덕분에 소수 인원으로 시작한 CM본부가 15년 만에 500명으로 구성된 정림CM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정림건축에서 CM의 역할과 위상을 높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한 2,400억 원 규모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공사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설계는 S사와 D사가 맡았고, 우리는 설계 사업 관리로 참여한 프로젝트였지요. 당시 감리 현장은 관행대로 굉장히 피동적이었는데, 큰 규모의 공사를 앞두고 저는 설계 사업 관리팀이 설계도서 작성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다른 회사가 설계로 있는 공사 현장에선 흔치 않은 제안이었지요. 예산 내에서 최적의 재료와 시스템을 찾는 훈련을 몇 개월이나 한 끝에 중간 설계 단계에서 예정 공사비의 적중률 100% ±5%로 완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발주처인 산림청과 조달청을 만족시켰고, 설계 사업 관리로 시작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프로젝트에서 정림CM이 시공사업 관리에도 참여하게 되었지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2015)

또 하나 중요한 분기점은 해외 ODA 사업의 시작점이었던 코이카 프로젝트였습니다. 진도 7.0의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 500평(약 1,650㎡) 규모의 봉제 직업 훈련 센터를 짓는 현장에 제가 단장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때 다른 나라의 CM 현장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CM의 역할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코이카와 맺은 인연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해외 ODA 사업은 EDCF 프로젝트로 확장되어 정림CM의 중요한 사업 축이 되었습니다.

정림CM의 강점과 차별점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요? 또 현재 정림CM의 강점은 무엇이며 이를 뒷받침할 실천이 있나요?

정림CM의 모체인 정림건축 브랜드가 축적해 온 실력, 그리고 늘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견지해 온 태도가 새로 시작하는 정림CM의 든든한 우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건축 환경을 정립해 온 정림건축은 기획에서 설계, 시공, 사후 관리 등 건설 분야 전 프로젝트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정림CM은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준공한 개포주공1단지 6,700세대 대규모 단지 감리를 수행한 정림CM은 지난해 LH 사태와 맞물리며 100여 차례에 걸쳐 외부 점검을 받았는데, 무리없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동시에 정림CM은 혼자만의 발전이 아닌, 대한민국 CM 발전을 견인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세계 CM의 날을 맞아 『CM 매뉴얼 가이드』를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른 회사들이 대외비로, 폐쇄적으로 돌려 보는 매뉴얼을 공개함으로써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CM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업계 관행을 넘어선 실천이 특혜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온다는 것, 정림건축을 통해 35년간 배우고 지키고자 한 자세입니다.

올해 초 정림CM의 방향성으로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산업 시설 분야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나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산업은 시장 문턱이 높아 정림CM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새로운 영역의 시장입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현장이다 보니 우리도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요. CM 기술력 강화를 위해 정림건축 기술연구소에서 출발한 정림CM의 기술사업본부를 만들었습니다. BIM, AI, 드론을 건설 프로젝트에 도입하는 혁신 기술을 상용화해 CM 현장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CM의 본질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측면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CM의 고객은 발주처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단장들도 전부 우리와 같은 배를 탄 고객이지요. 현장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고객가치센터를 만들어 현장과 본사가 한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대를 위해 반드시 이어가고자 하는 정림건축만의 문화, 그리고 본인의 다짐이 궁금합니다.

저의 소명은 정림건축의 건강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사람을 세우고,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정림 피플앤웍스 『N.3 정림다움』에서 발췌

방명세. 정림CM 대표이사.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1990년 정림건축에 입사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새건축사협의회의 ‘Housing Lecture’ 과정과 서울대학교 도시환경 미래전략과정 및 대한상사 중재원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설계본부, 기획실, 주거본부와 CM본부 및 해외 사업을 거쳐 현재 정림CM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설계와 기획, 신사업 부문이었던 주거본부와 CM, ODA 사업관리 등 다양한 건축가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건축 실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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