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응하며 시대를 선도하다, 이명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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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범한 첨단설계부문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림건축의 의지이자 혁신의 단면이다. 정림건축은 유수의 기업과 일하며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 전략 사업으로 전환되는 국내 산업의 결정적 순간을 목격했다. 7년 전부터 반도체 관련 분야에 대응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또 정림건축은 사회와 시장의 요구, 혹은 감지되는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중앙 집중화된 거대 조직 대신 전문성에 따라 분화된 비즈니스 유닛(BU) 역시 하나의 예다. 지속 가능한 건축이라는 현대사회의 요구 앞에서 이명진 첨단설계부문 대표는 정림건축의 레거시 ‘조직 설계’의 가능성을 본다. 전문성과 자생력을 갖추고 자발적 연대를 이루는 미래를.

젊은 리더십

2004년 정림건축에 입사해 어느새 20년이 지났습니다. 정림건축에서 스스로 어떤 건축가가 되었다고 자평하나요?

학창 시절, 세계 건축계에서 한국 건축가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꿨어요. 좋은 스승을 좇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듣고 자랐는데, 정림건축이 딱 그런 곳이었지요. 디자인과 기술을 겸비한 기본기를 갖췄고, 새로운 도전을 즐길 수 있는 건축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림건축은 ‘건축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교육 시스템이 훌륭한 데다 좋은 스승이 많았어요. 선배들은 자신의 경험을 전수, 안내하면서 길라잡이 역할을 했어요. 직급이나 나이를 떠나 하고자 하는 건축이 있다면 기회를 주고 의견을 경청하는 사내 문화가 있었고요. 경영 역량을 갖춘 건축가, 경영자인 동시에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업무 공간 인테리어부터 인사, 재무, 마케팅 등 여러 업무를 경험한 덕분이에요. ‘건축적 역량 플러스 리더십’이 정림건축의 인재상이거든요.

‘건축은 대응이다’라는 건축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부연한다면요?

고정된 건축 스타일과 업무 방식, 또는 경험 및 창발 위주 프로세스에 반어적으로 표현한 말인데요. 현대사회나 산업의 변화 속도는 2010년대에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이후 한층 가속화되고 있어요.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 이동 방식, 소비 방식,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식 등이 급변하고 있지요. 그 발전 속도는 늘 건축을 능가합니다. 간극이 존재해요. 이런 상황에서 건축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나? 건축은 다른 분야와 벽을 세우면서 업역을 좁히진 않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민감하게 센서를 작동시켜 변화를 감지, 반응해야 한다는 결과에 이르지요.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선 주장보다 설득과 합의가 우선시되고, 건축적 표현보다는 솔루션을 요구받아요. 과학과 기술, 이성 기반의 프로세스 설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지요.

올해(2024)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젊은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큰데, 소감과 포부가 궁금합니다.

창업자 정신으로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정림건축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계속되었어요. 젊은 대표가 나올 수 있는 배경도 거기에 있지요. 건축가이자 경영인으로서 성공 모델을 만드는 건 저의 숙제이기도 한데, 회사가 이만한 시도를 했으니 저는 그에 부응해야겠지요. 젊다는 것을 장점으로 미래를 도모해 가는 것이 곧 창업자 정신 같기도 해요. 과거, 정림건축의 행보는 과감했거든요. 수평적 조직을 만들고, 조직 설계를 만들어냈어요. 오늘의 저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셈인데, 그러니 멀리 봐야지요. 제2의 창업가 정신으로 정림건축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포부입니다. 업계 안팎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을 통해 동료, 후배들이 행복하게 건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제 몫이고요.

미래 대응을 기업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림건축에서 첨단설계 분야와 시장에 대해 지난날 어떻게 전망하고 대응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발주처, 나아가 시대와 사회의 요구를 접할 수밖에 없어요. 꼭 건축이 아니더라도 현 상황을 유심히 살피면, 산업구조의 재편부터 기업과 클라이언트가 중요시하는 가치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 전략 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했고, 반도체 관련 시설 프로젝트를 맡으며 7년 전부터 대응을 준비했지요. 한때 ‘더 빨리, 더 멀리’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만연하다가 언제부턴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 환경에 대한 책임에 관한 목소리로 바뀌었어요. 건축가는 사람들의 꿈과 열망이 충만할 때 찾는 직업이잖아요. 열망 가득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며 긴밀히 소통하는 경험, 그 데이터를 근거로 일어날 변화를 짐작할 수 있었지요. 예측이나 전망보다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감지하는 정도라고 해두지요. 지금 정림건축이 설계하는 건축물은 결국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이에요.

디자인 파이어니어(pioneer),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첨단설계부문과 설계부문 분리를 비롯해 BU제 시행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변화는 물론 전문성이 통제 혹은 조절 불가한 영역에 맞닿아 있어요. 요즘 클라이언트는 건축가보다 건축을 더 잘 알아요. 건축 수준을 두고 정림건축에 기대하는 부분도 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것이 크고요. 조직 혁신은 중앙 집중화된 거대 조직이 아닌 분화된 조직으로 시장과 사회에 대응하겠다는 의지예요. BU는 설계부문 14개, 첨단설계부문 4개, 총 18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마다 규모가 다른데, 향후 시장의 요구가 줄어든다면 각 조직도 줄어들 거예요. 사회 혹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정림건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율성을 가진 각 조직이 성장, 병합, 확장할 수 있어요. 다양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이끌어낼 방법이자 성숙도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봐요. 자칫 ‘사일로 이펙트’, 속한 팀의 일만 하는 부서 이기주의 꼴이 날 수 있지요. 그럼에도 오랜 교육 시스템, 수평적 조직 문화, 사람을 길러내는 리더십 역량 등이 녹아 있으니 모험일지언정 실보다 득이 클 거예요. 시장의 요구는 이 모양 저 모양 제각각인데 단일한 형태로 대응한다면 공극이 생기겠지요. 그러니 우리도 이 모양 저 모양 취하자는 거예요. 모양이 다르더라도 결국 하나예요. 그 믿음으로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에서 기술은 어떤 의미인가요?

먼저 공학으로서의 기술입니다. 공학적 기술은 첨단설계부문에서 중요한 부분이자 기본인데, 활용의 대상이기도 해요. 두 번째, 대상으로서의 기술입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UAM, 로봇, 정보, AI, 모듈러, OSC, 신에너지, 에너지 절감 등은 미래를 이끄는 산업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고, 이해의 대상이지요. 신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세 번째, 일하는 방식으로서의 기술입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기도 한데, 단시간 내에 압축적, 효율적, 즉각적으로 클라이언트나 사회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에 일하는 사고방식, 툴을 아우르는 DT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GT(그린 트랜스포메이션)와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는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의 특장점이기도 한데, 이렇게 방향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GT는 정림건축이 지향하는 가치, DT는 정림건축이 지향하는 워크 스타일과 전략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에너지 절감 등은 고객과 사회의 엄준한 요구일뿐더러 환경적 가치와 무게 역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건데요. 정림건축은 2000년대 후반 친환경 연구소를 조성해 관련 활동을 오래도록 펼쳐왔어요. 정림건축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서 건축가적 소명에 환경이 빠질 수 없어요. 더욱이 정림건축의 많은 클라이언트에게 수출의 비중이 큰데, 환경적 가치를 지키지 않으면 국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어요.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죠. 에너지, 자원 순환, 회복 탄력성, 지역성, 건강 등 환경에 관해서는 2030 계획이 수립되어 있고, 친환경 툴이나 탄소 절감 가이드, 친환경 설계 매뉴얼 등을 도입했어요. 올해(2024) 말 ESG 경영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고요.

마지막으로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의 계획과 방향, 비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미래 기술과 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산업과 환경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디자인 파이어니어(pioneer)를 지향합니다. 이제 한국의 첨단산업과 기업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어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을 상대로 인프라와 발판을 건설하는 한국 건축의 역할에 대한 소명이 있습니다. 또 정림건축을 건축가로 성장하기 위한 건강한 필드로 만들고 싶어요. 정림건축은 건축에 꿈을 두고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개인을 돕고 성장시키는 회사입니다. 이런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통해 저는 어릴 적 꿈을 이뤘고, 건축가로 성장했어요. 이제는 그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림 피플앤웍스 시리즈 『N.3 정림다움』에서 발췌

이명진.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 2004년에 입사해 디자인랩과 설계그룹에서 디자인을 이끌어왔으며 2024년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업무, 교육 연구, 의료,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작업을 수행했고 한국건축문화대상, 대구시건축상, 녹색건축 국토교통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현대자동차 하이테크센터, 카카오 제주 아지트, 이대서울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울산과학기술원 이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 대구은행 제2본점, SK 서린빌딩 뉴 워크플레이스 컨설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