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건축이 생각하는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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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건축 디자인위원회 대담: 들어가며
중대형급 이상의 건축사무소는 자본 논리로 구축되는 사업성과, 사용자와 도시를 대하는 공공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그 균형을 찾기 마련이다. 건축주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건물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공공적 자산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정림건축이라는 ‘집단’이 창설된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고민해온 지점이기도 하다. 공공성이란 건축과 도시 환경을 일구는 이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게 되는 태도이나, 거친 아이디어일지언정 이를 끝내 구현해내는 일, 나아가 한 사무소의 특성이라 손꼽을 수 있을 만큼 포트폴리오가 쌓이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이다.
생각공장 프로젝트를 필두로, 정림건축 디자인위원회에게 ‘공공성’에 대해 물었다. 정림건축이 생각하는 공공성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어왔는지, 현대 한국 건축에서 (그리고 실무에서) 공공성이라는 화두는 어떻게 인식될 수 있을지를 들어보았다.
참석. 기현철, 김경훈, 김동관, 김유나, 박재완, 이명진, 이호, 홍성현
진행. 장혜인
정리. 윤솔희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장혜인
시간을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한국 현대 건축 계보에서 공공성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당산동 생각공장을 비롯한 정림건축의 프로젝트에서는 이 공공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말씀 들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어떤 프로젝트부터 이야기해볼까요?
기현철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프로젝트 외에 상업시설부터 보면 좋겠습니다. 하남 스타필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공공성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두 프로젝트는 은연 중에 정림건축의 대표작으로 자주 거론되지요. 규모가 커서, 유명한 클라이언트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좀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저희 집이 스타필드 고양과 가까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데요. 그곳에 갈 때마다 쇼핑객뿐만 아니라 만보기를 차고 걷는 어르신, 뛰어다니는 어린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반려가족들을 봅니다. 다양한 이들이 어울려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지요. 어쩌면 이러한 풍경이 공공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공공성이란 유료와 무료,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원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여럿이 향유할 수 있는 상태라고도 봅니다.
김동관
저도 스타필드에 자주 가는데요. 마당, 공원의 위치와 규모, 공용공간의 폭 등이 적절해 계속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녁 때 가보면 정말 좋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반드시 공공기관의 프로젝트여야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느꼈어요. 이 맥락에서 저는 정림건축 앞 상공회의소 건물도 정말 좋아합니다. 준공한지 벌써 20년이 넘었을 텐데 여전히 1층 로비는 쾌적하고 남대문과의 버퍼 영역이 잘 설정돼 어색함이 없어요. 재료 선택이나 야외 공간 배치 등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아름답죠.
김경훈
해묵은 주제인데도 공공성은 여전히 뜨거운 주제죠. (웃음) 시대에 따라 공공성을 보는 관점이 달라져 왔기 때문일 텐데요. 스타필드를 바라보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그곳의 넓은 복도와 큰 보이드를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수용인원이 많아야 하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물러야 하니까 더 크고 넓게 짓는 데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경험의 질을 우선시하는 요즘 트렌드와 공공성이 맞닿은 사례이죠. 하지만 그 틈에서 배울 건 분명히 있습니다. ‘일반 근린생활시설에서 상업성과 공공성을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 관리 주체가 명확한 대형 상업시설과 달리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중소형 상업시설에서 지속 가능한 공공성이란 무엇일까? 어떤 의미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같은 이상을 위해 다른 건축물이 처한 상황과 클라이언트의 관점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면서 말이에요.
박재완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공공성이란 가치를 과잉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일례로 프랑스 유학 시절 도시계획 시간에 과제를 발표하며 ‘세미-퍼블릭 스페이스’를 언급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세미-퍼블릭이 뭐죠? 한국에는 그런 게 있나요?”라고 되묻더군요. 그것의 운영 주체, 관리 주체는 누구냐고 물으면서요. 정림건축 포트폴리오를 보면 프로젝트 둘에 한 번 꼴로 세미-퍼블릭 스페이스가 등장합니다. 그만큼 관대하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사용하는 공공성을 조금 더 냉정하게, 더 강하게 말하면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업성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요소로서 공공성이란 말을 붙이는 건 아닌지, 공공성 추구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기에 상위에 올려둔 건 아닌지. 우리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김유나
정림건축이 생각하는 공공성이란 무엇인지 솔직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에 공감해요. 장소만들기(placemaking)에 기반해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는 뉴욕 비영리단체 ‘공공공간을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Public Spaces)’는 공공성을 만드는 10가지 요소를 <파워 오브 텐(The Power of 10+)>이란 제목으로 정리했어요. 앉을 수 있는 곳,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만질 수 있는 예술, 들을 수 있는 음악, 먹을 수 있는 음식, 경험할 수 있는 역사, 만날 수 있는 사람 등이 포함되죠. 저는 공공성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경험이고, 건축가의 역할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지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봐요. 그러니 공공성을 만드는 데 정량적인 법적 근거, 예컨대 ‘5%의 공개공지를 만든다’가 절대 목표가 아니라 그 공개공지에서 어떤 사람들이 무슨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그려내고 제안하는 게 중요하단 거죠. 또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측면도 고려해야 해요. 예를 들면 미국에는 공개공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어요. 위치, 운영주체, 관리자 정보 열람뿐만 아니라 문의접수도 하죠. 우리나라 일반 대중은 공개공지란 개념도 낯설어하는 게 현실이에요.
홍성현
한국 현대 건축에서 광장은 실제 공공성을 위한 제안이기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실무에서 인허가를 통과하기 위한 법적 도구에 가까웠죠.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 또한 한국 현대 건축의 조건과 언어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지요.
기현철
우리 정서에 맞는 공공공간 유형 개발 역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서구권의 광장, 플라자를 공공성의 공간화 모델로 참조하면서 두레마당, 어울림 마당 등을 만들고 있지만 이들은 사실 활용도가 굉장히 낮거든요.
김유나
동시에 법규 보완도 필요할 테고요. 현행 제도는 경관적인 측면에서만 성과를 요구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현대 건축에서 공공성을 확보할 때 어떤 고민과 제안이 따라야 하는지 지침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박재완
서울 마곡지구에 신축 건물이 늘어나며 공개공지가 많이 생겨났지만, 이용 면에서는 아직 미지수예요. 공공성을 위한 공공공간은 그저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누구를 위해’ 등의 단서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해요.
김유나
그런 면에서 당산동 생각공장의 선큰 광장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생각공장 입주자들이, 일대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을 펼칠까 궁금해질 정도로 구체적인 공공성이었어요.
이명진
지식산업센터란 유형은 쉽게 말해 ‘신식’이죠. 요즘 생긴 프로그램이잖아요. 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개념인데 분양이란 1차적 목표가 있다 보니 대개 규격화, 표준화에 맞춰져 있어요. 당산동 생각공장의 선큰 광장은 그 틈에서 탄생한 공공성이라 더욱 재미있는 것 같아요. 상업적 가치를 충족하면서도 공공성을 입체적으로 해결한 건축적 해법이 돋보이죠.


정림건축은 공공성을 어떻게 만드는가
이명진
저는 공공성이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장소에 같은 기억을 가진 이들이 공동체이고 건축가는 그 과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봐요. 상업시설 설계에는 특수한 목적, 그러니까 재화 판매를 위한 로직이 존재해요. ‘시계는 가린다’, ‘재화와 복도 사이 거리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위층 상점 간판이 보여야 한다’ 등의 기본 지침들이 철저하게 상거래에 맞춰져 있죠. 공공적 이벤트 역시 결과적으로 장사가 잘 되게 하려는 목적을 기저에 깔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다만 가치 소비, 경험 소비라는 현대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상업시설을 짓는 건축주들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건축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봐요. 결국 건축가는 상업의 논리, 개인(클라이언트)의 니즈 등 어느 한 쪽 입장에 편중되지 않고 공공의 안녕과 행복, 도시적 맥락, 나아가 역사성과 시간성까지 더해 시공간적 가치를 버무려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그곳에 정림건축이 해야 할 일,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태도가 있다고 봅니다.
김영훈
공동주택 설계나 복합 단지 설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중의 안목은 높아졌고, 문화를 사고 파는 것이 트렌드이잖아요.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죠. 도면 앞에서 우리는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공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며 그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명진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의 시각과 자세도 중요해요. 일본 모리 빌딩의 경우 프로젝트 기간이 20~30년 가량 된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와 개발사, 설계사 등이 주민 또는 상권협의회와 만나는 횟수는 1천 번이 넘어간다는군요. 이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지, 상생하는 방안은 무엇일지 긴 시간 동안 자주,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하는 것이지요. 본질적으로 운영이 잘 되는, 지속 가능한 공공성은 이 시간에서 탄생한다고 봅니다.

김경훈
750개의 개인 상가들이 밀집한 김포 라베니체 프로젝트에서 정림건축이 만드는 공공성은 대지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현되었다고 봐요. 오래 방치된 땅을 매입한 클라이언트는 이번 투자로 일대의 활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는데 문제는 지구단위계획상 대지와 도시가 연결될 수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정림건축은 역으로 김포시에 지구단위계획 수정을 요청하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했어요. 양측의 이견을 설득과 합의로 봉합하면서요.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만드는 공공성이란 공공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러니까 공공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데에 있음을 느꼈어요. 건축가라면 클라이언트의 의지로 구현 가능한 공공성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영훈
파라스파라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군요. 2012년 북한산 국립공원 내에 짓는 유일한 리조트로 설계에 착수했는데 프로젝트 도중 인허가 특혜 시비에 휘말려 8년 동안 방치해야 했어요. 끝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대지를 인수해 파라스파라 리조트로 구현했는데, 저희는 설계 단계에서 대척점을 이루는 요청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했어요. 서울시와 강북구청의 관심은 공공성 구현, 클라이언트의 관심은 사업성이었거든요. 이 팽팽한 줄다리기 속 장력을 견디며 건축물의 형태, 공공영역, 운영방식 등 다각도로 공공성을 메꿔 넣는 것이 저희의 일이었어요.

박재완
당산동 생각공장 저층부는 두 가지 레이어를 갖고 있어요. 지하 1층으로 향하는 선큰 광장은 업무시설로 향하는 사적인 레이어, 지상 1층은 도시의 길로 공적인 레이어죠. 그 사이의 균형이 이 땅의 전체적인 안정성을 만들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당산동 생각공장을 보고 저는 공공성이 냉철한 관점에서 더욱 명확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땅을 비워 놓으면 아이들이 와서 놀겠지, 사람들이 머무르겠지’ 이런 생각은 공상에 그치기 쉽다는 것을요. 그런 부분에서 당산동 생각공장이 도심에 공공성을 자연스럽게 구현한 예시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이호
돌아보면 정림건축 디자인위원회 시간에 가장 자주 하는 말도 땅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건축물의 배치, 땅을 쓰는 방식에서 주변과의 조화를 늘 추구하죠. 이게 정림건축이 공공성을 대하는 태도 같아요. 제가 이대서울병원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할 당시 증축 부지를 어디로 둘지가 첨예한 이슈였는데 정림건축은 단번에 결정했어요. “앞을 열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요. 당산동 생각공장에서도 도시를 단절시킬 만한 거대한 매스를 요구 받았지만 그것을 쪼개고 나누고 연결해 도시의 길을 만든 셈이잖아요. ‘우리가 설계한 건물로 이 도시를 완결 짓지 않겠다, 앞으로의 변화에 순응하겠다’는 태도를 잘 드러내는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정림 피플앤웍스 시리즈 『N.1 생각공장』에서 발췌
들어가며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각공장 신축 프로젝트에서 DP(design principle) 역할을 맡은 18년차 김동관입니다. 창원한마음병원, 워커힐 리버파크,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신안경찰서 등 다양한 규모에서 여러 용도의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장소성을 담은 건축을 지향합니다. 주변과 관계를 잘 맺는 건물이라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 받으며 그곳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생각공장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현상설계공모 때부터 DP로서 프로젝트 디자이너 역할을 했습니다. 매주 클라이언트 협의와 브리핑을 진행했고요.
생각공장 당산의 디자인 요소
지식산업센터라는 유형 특성상 건축가가 디자인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적습니다. 이때 정림건축은 ‘디자인’을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식산업센터는 다층형 집합건축물로 각각의 실을 분양합니다. 그러니 아파트의 주호처럼 규격화한 실을 오차 없이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논리에서 설계사무소의 역할은 입주사들이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 지역 주민에게 환대 받는 제안을 만드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층부에 보다 집중했어요. 사무실로 채워진 상층부는 클라이언트가 사업적으로 판단한 면적과 호수에 따르되, 주민과 입주사들이 다 함께 오가는 저층부는 도시와의 관계를 만들고 이벤트가 벌어지고 사람간의 교류가 일어나는 장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쉽게 말해 저희는 저층부에서 디자인 승부를 보자고 생각한 셈입니다.
그러한 생각이 선큰 광장으로 드러난 건가요?
시작은 클라이언트의 제안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상가의 분양가는 층수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1층 상가의 임대료가 100만원일 때 2층 상가는 50만 원인 식이죠. 그런 이유에서 클라이언트는 1~2층 전체 면적을 상가로 두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이에 저희는 동의하면서 공용 로비를 선큰 광장으로 진입하는 지하 1층에 두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공용 로비를 지하에 배치한 전례가 없는 지라 계획설계, 실시설계 단계에서 클라이언트의 의구심이 커졌습니다만 이때 저희는 오히려 확신을 갖고 편안하고 쾌적한 지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 신경 썼던 기억이 납니다.
실은 비화가 하나 있습니다. 건물 배치를 스터디하던 단계의 일인데요. 건물 덩어리들의 규모나 배치 등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였고, 여기에 설계팀은 ‘도시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었죠. (윤)나예 님에게 대지에 들어가는 길을 모형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경사로를 만들어 온 거예요. ‘어라, 경사를 두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했더니 ‘아, 저는 만드는 줄 알고…. 그런데 이게 더 좋지 않나요? 그 길에 이렇게 경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하면서 이야기가 점차 발전되었어요. 참 우연찮은 일이었죠. 선큰의 가장 최초는 거기서 시작됐습니다.
그랬군요. 지식산업센터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고 싶었던 건가요?
우선은 클라이언트와 정림건축 모두 지식산업센터를 효율성, 가성비로만 판단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데에 동의했거든요. 그래서 ‘사옥’처럼 만들고자 했습니다. 개별 입주사들에게 자긍심이 될 만한, 오래 머물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앞서 말했듯 ‘길’이라는 콘셉트도 이 건물이 자아내는 풍경에 사람들이 자연히 이끌리길 바란 목적에서 비롯되었고요. 그에 걸맞은 건축적 이벤트를 유발할 장치로서 선큰 광장이, 그리고 지상층 상가들 앞에 지그재그로 낸 포켓 공간 등이 설계되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적재적소에 적당한 투자로 전체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란 공용 로비에 마련한 라운지, 지상 1층의 바닥 타일과 외장 디자인 블록 등이라 할 수 있겠어요. 기존 지식산업센터에서는 저렴하게, 최소한으로만 구현했던 요소들에 품격을 찾아준 셈이죠. 듀플렉스 타입 호수도 처음 예상한 개수보다 늘리자고 해 고객의 선택지를 더 만들었습니다. 이건 모델하우스를 짓기 전에 90% 분양 완료를 기록했다고 들었습니다.
도시를 마주하는 태도
입면 디자인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했나요?
일명 “wet & dry”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취했는데요. 1층부터 4층까지는 디자인 블록이라는 콘크리트 벽돌을 치장쌓기하면서 수평선이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5층부터 시작되는 상층부 업무시설은 컬러 로이 실버유리와 간결한 루버 디자인으로 단순하게 마감했습니다. 이미 번잡한 도심 풍경에 또 다른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하 1층은 로비와 상가인 1~2층, 지식산업센터를 지원하는 업무시설인 3~4층은 투명 로이 유리와 다른 루버 간격으로 구분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혹 이곳을 유심히 관찰하셨다면, 기부채납시설인 어린이 도서관 입면에도 동일한 마감재가 사용된 것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도서관이자 복지시설로서 필요한 차폐와 개방성을 각 면에 따라 적절히 채택하면서, 생각공장과 같은 대지에 놓여 연속성을 지닌 건물임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생각공장은 연면적 10만㎡에 가까운 규모인 만큼, 이 당산동 도심에 어떻게 들어서게 할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고민이 되셨을 듯합니다.
맞습니다. 길 건너 인접한 아파트들과 비슷한 높이의 15층 건물이고, 휴먼 스케일에 비하면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압도될 만한 규모니까요. 설계에 참고했던 레퍼런스들 가운데 용산 아모레 퍼시픽 본사 사옥이 있었는데, 그와 같이 당산동 일대를 산책하면서 언뜻언뜻 비치는 정도로 눈에 띄었으면 했습니다. 입면 디자인에서 말씀드렸듯 개성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깨끗한 얼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요.
부지 외곽 가까이에 건물들을 두어 채광이나 환기가 원활하도록 했고, 건물 중간중간 보이드를 냈어요. 건물을 뚫어놓은 듯한 이 빈 공간들 사이로 우리의 시야도 막힘없이 가로질러 나아갑니다. 어디에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보이드의 크기도, 당산동이 바라다보이는 장면도 다 달라지죠. 더불어 보이드가 생겨난 자리마다 외부 테라스 공간까지 함께 조성해낼 수 있었고요. 도시와 건축에서 일어나는 시각적인 흐름과 동선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이 유도하는, ‘메가 스케일의 건물로서 지녀야 할 자세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며 고민했던 설계였습니다.
현상설계 당선안과 다르게 구현된 점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대지를 가로지르는 길은 생각공장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끝으로서 일관되게 유지되었습니다만, 지하 1층에 공용 로비를 두며 길과 로비가 만나는 교차점이 생겼지요. 엘리베이터 코어와 중간설계가 변경이 됐고요. 대지를 관통하는 선큰이란 개념은 약해졌지만 건축물의 기능성과 로비 인지성은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팀으로 설계하기
DP로서 팀원과의 소통을 할 때 신경 썼던 점이 궁금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한 태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매주 수요일 판교에서 클라이언트와 주간회의가 있었는데요. 사무실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저는 그날 회의에 나왔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계획안에 반영해,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팀원들과 공유하려 했습니다. 만일 제가 사무실에 도착하고서 일을 시작하면 팀원들은 제 손만 바라보며 시간을 허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매사에 제 역할을 신속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그런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고요. 그 덕분인지 건축 심의, 허가 등 행정절차도 막힘 없이 술술 진행됐습니다. 보통 건축 심의 때 지적을 많이 받는데요, 저희는 “저대로만 지어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 뿌듯했죠.
마지막으로 소회를 들려주세요.
2018년 추웠던 12월, 팀원들과 첫 현장답사 때 보았던 높은 담장과 적막했던 대지가 이제는 분주한 입주자들로 새로운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프로젝트는 이 장소에 들어서는 대규모 건축물이 가져야 할 자세와 주변 주거시설에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도시의 길을 대지로 끌어들여 주변 도시와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그렸죠. 일단 그 뜻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만큼 앞으로의 사용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각공장이 도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이자 길이 되길 바랍니다.
한편 3만 평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아이디어 제안부터 준공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사실 정림건축 같은 대형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개인이 이렇게 현상설계공모부터 준공까지 경험할 기회가 드뭅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해 정림건축 내부적으로도 지원해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해 클라이언트 TF팀과의 주간회의를 일 년이나 이어가면서 양측이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함께 해준 우리 팀원들이 자랑스럽고 또 고맙습니다.
정림 피플앤웍스 시리즈 『N.1 생각공장』에서 발췌
김동관. 국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2006년에 정림건축에 입사하여, 설계1그룹 선임TL을 맡아 근무했고, 현재(2025) 첨단설계부문 디자인 SU 리더로 재직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생각공장 당산, 창원한마음병원(2021 창원시 건축대상 대상),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2019 경기도 건축문화상 은상), 워커힐 리버파크 실내수영장, 고려대학교 첨단융복합의료센터, 신안경찰서 등이 있다.
설계팀 대담에 앞서
생각공장 당산은 현상설계공모부터 준공까지 한 팀으로 작업했던 이례적인 사례다. 프로젝트는 구성원 모두가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같은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운영되었고, 구성원들은 각자 맡은 일이 뚜렷하면서도 팀으로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과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팀원 개개인은 아직 불완전한 건축가일지라도,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100% 이상 수행한다면 더욱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석. 강석규, 김동관, 김정연, 오성종, 윤나예
진행. 박민호, 오가영
정리. 윤솔희
기억에 남는 순간
김동관
당산동 생각공장(이하 생각공장) 설계안을 작성하기까지 매주 클라이언트와 회의하고 안을 디벨롭했던 때가 생각납니다. 현상설계공모에 제안서를 낼 때, 설계도서를 납품할 때, 그리고 착공에 들어갈 때 매번 또 다른 힘듦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 여정을 옆에서 함께 겪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분양 건물이라 예정 공사기간이 빠듯했고 프로젝트 규모에 비해 팀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식산업센터라는 유형을 팀원 모두가 처음 접했던 와중에 그 유형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지하 선큰 광장이라는 실험에 도전했던 거예요. 팀원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면 오늘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오성종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던 건 분명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준공 모습을 볼 수 있어 만족해요. 당시 4년차였던 (김)정연 님이 구조 도면을 단독으로 맡아 모두 작성했던 게 기억납니다. 처음에 잘해낼 수 있을지 옆에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정말 놀랐어요. 저연차에 선큰 광장 구조를 이해하며 전문가 수준의 도면을 작성해낸다는 건 제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었거든요. 성명준 소장님과 협업하며 완성도를 높여 간 프로페셔널함에 감동했습니다.
김정연
구조 도면을 그릴 때는 어렵다, 아쉽다 그런 감상을 느낄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현장 감리(CM) 역시 정림건축에서 맡아서 매 시기에 현장 사진을 받아볼 수 있었는데요.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광경을 보며 ‘잘 지어지고 있구나’ 안도했던 순간이 떠올라요. (윤)나예 님은 어떠세요? 기억 나는 순간이 있어요?
윤나예
당산동 생각공장 프로젝트는 정림건축에 신입으로 입사해 맡은 첫 프로젝트였어요. 저는 특히 모형 제작을 담당했는데 지금 돌이켜봐도 얼마나 쉴 새 없이 많이 만들었던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로 한동안 모형 만들기를 외면할 정도였습니다. (웃음) 전체적으로는 다른 팀원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는데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해요. 이 프로젝트에 밀착해 기여하는 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김동관
아뇨,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일례를 말해 볼게요. 생각공장 선큰 광장의 가로 폭이 18m인 것 모두 기억하시죠. 설계할 때 과연 이 정도 폭이 적정할지 확신하기 쉽지 않았어요. 스케치업 렌더링을 참고한다 해도 이는 오감이 아닌 시각에 의한 판단이 될 테니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이때 나예 님이 만들어준 모형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모형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도시적 맥락에 순응하는 규모, 아름다운 비례, 실용적인 가능성 등을 발견한 것이지요. 저는 나예 님이 만들었던 단면 모형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그 모형 하나가 이 프로젝트를 다 설명해주거든요. 물론 신입사원으로서 여러 일을 조망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모형 제작뿐만 아니라 디자인, 디테일 연구 등의 역할을 아우르며 프로젝트를 배워가는 것은 아틀리에 운영방식에 가깝다면, 한 단계씩 업무 범위를 넓혀가는 정림건축의 방식은 전문성의 깊이를 더하기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강석규
이 프로젝트에서는 각자가 맡은 역할이 뚜렷했어요. 저는 입면도, 부분상세도 작성을 비롯해 도시계획시설을 담당했고 정연 님은 구조도, (오)성종 님은 평면도, 나예 님은 모형 제작, 보고서 작성 등을 맡아 모두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움직였죠. 한 명이라도 아프면 큰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빈 틈이 없었는데, 사실 이건 팀 운영 차원에서는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선큰 광장
김동관
맞아요. 강력한 팀워크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갈등에 취약할 때도 있거든요. 한 개동과 두 개동에 로비를 각각 두었던 안에서, 3개 동 전체를 위한 공용 로비를 선큰 광장에 두는 안으로 넘어가던 때에는 이견이 부딪히면서 가장 큰 위기가 왔던 시기예요.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공용 로비란 건물을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입주 업체가 “메인 로비로 오세요”라며 가리켜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했어요. 팀원들은 그 메인 로비의 위치와 이유에 의문이 있었고, 사무실 분위기는 한동안 냉기가 감돌 정도로 싸늘했어요. 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고 양측을 설득하는 게 제 역할이었는데 그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도 결국 디자인이었어요. 디자인 디벨롭(DD) 이후 이 냉랭한 긴장 상태는 한층 완화될 수 있었죠. 모두가 설계안에 대한 여러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내포된 의미, 이 건물의 역할과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성종
현상설계공모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 사이의 가장 큰 논쟁거리가 선큰 광장이었고, 정림건축의 설계안을 뽑은 이유 역시 선큰 광장이었다는 말이 기억나요. 경제성, 효율성만 쫓는 지식산업센터에서 이러한 디자인적 도전이 과연 유의미한지 아무래도 다들 고민했던 것 같아요. 선큰 광장이 그만큼 도시에 강력하게 말을 거는 파격적인 건축 어휘였던 건 분명해요.
강석규
결국 마지막에 TF팀과 임원 등 관계자들이 모여서 선큰 광장을 존치할지 말지 투표했었잖아요. 그때 유지하자는 의견이 과반수를 살짝 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젊은 분들이 좋아해주셨고요. (웃음) 당시 결정권을 가진 상무님이 저희 손을 들어주신 점도 컸지만요. 저는 사실 선큰 광장에 공용 로비를 삽입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입장이었어요. 모형과 렌더링을 보고 이야기를 거듭 나누며 공용 로비가 있는 디자인의 장점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김동관
갑자기 생각났는데 건축 심의할 때 말이에요. 원래 설계사에서 한 명만 오라고 했는데 긴장되고 간절한 마음에 제가 (성)명준 님을 따라 들어갔어요. 심의위원들 앞에서 명준 님의 5분 발표가 있은 다음, 계획되지도 않은 시간을 비집고 끼어들어가 렌더링 영상과 CG 등을 보여주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단 말이죠. 그때 심의위원분들이 “저렇게만(계획안처럼만) 지어달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시선 간섭 필름지만 잘 붙여두라면서요. 그때 우리 팀원들이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심의도 물론 무리 없이 단번에 통과했고요.
회의와 소통, 완성에 이르는 과정
오성종
건축 심의뿐만 아니라 그다음, 다다음 절차까지도 물흐르듯 흘렀잖아요. 클라이언트 사에서 저희랑 소통하던 설계 파트 담당자 분 말씀이 ‘모든 과정에서 이렇게 제동 없이 한 번에 간 적이 처음이었다고, 너무 좋았다’고 소회를 몇 번이고 밝혀주실 정도였어요. 일정 관리 면에서도 주간회의를 기준으로 일주일 루틴이 있었잖아요. 매주 수요일 주간회의를 마치고 칼퇴한 뒤 목, 금, 월요일은 야근하고, 회의 전날인 화요일은 상황에 따라 야근하면서요. 주말 출근 없이 주중에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김동관
클라이언트인 SK D&D, 콘셉트사인 매니페스토와 매주 주간회의를 하니 얼마나 많은 안건과 제안, 수정과 결정이 있었겠어요. 이때 우리의 전략은 한마디로 ‘여러분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계속 보여주겠다’였어요. 정림건축의 전문성을 토대로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였죠. 회의마다 그간의 사항을 업데이트하고 최대한 우리 관점과 목소리를 입혀 한 단계 높은 제안을 보여줬던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오성종
저는 착공 이후부터 TL 역할을 맡게 되면서 현장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담당했는데, 클라이언트와 주고받은 메일들을 세어보니 1500통이 넘어가더라고요. 일주일에 거의 30통씩 쓴 셈이에요. 그렇게 촉박하게 진행되었던 과정 속에서 힘이 되었던 건 역시 팀원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서포트해줬다는 점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참, TL로서 좋았던 점이 또 하나가 매주 공사 현황 사진을 제일 먼저 받아서 단톡방에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김동관
성종 님이 현장의 변화를 매번 신속하고 정확하게 팔로우업하지 않았다면 준공 모습도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보기에 두드러지지 않을지 몰라도 지식산업센터 유형에서 보지 못했던 도전이 많이 있거든요. 1층 바닥의 인조 대리석, 외장재인 벽돌, 유리, 루버, 난간 등의 사양, 색, 치수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선택한 게 없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저층부 선큰 광장과 지하 1층의 공용 로비, 지상 1-2층의 상가가 곧 이 건물의 아이덴티티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도시와 관계 맺는 방식, 시민을 환대하는 태도, 생각공장 사용자를 위하는 배려가 이곳에 있어요. 그것도 클라이언트의 경제적인 지표를 동시에 충족하면서요. 디자인위원 답사를 갔을 때, 기현철 님의 첫 마디가 바로 “도시가 바뀌었네” 였어요. 이 얼마나 우리가 바라던 바인가요. 2018년 겨울 첫 답사에 느꼈던 동네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높다란 담이 버티고 서 있던 골목이 휑하고 삭막했잖아요. 이제는 이 일대의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도시계획시설까지 있어 유용하고 소중한 시민 공간이 되었죠.
앞으로 생각공장 당산은
윤나예
2022년 가을 입주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사용자들이 상주하는 시간이 이곳에 쌓일 텐데요. 저희 계획대로 잘 사용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오성종
SK D&D가 몇 년 간 관리한다고 들었어요. 관리주체가 있으니까 사용자들 간의 질서와 규칙도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선큰 광장으로 사람을 끌어 모아 이용을 활성화하려던 생각이 도시의 공공성으로 확장되어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김정연
제 기억에 처음 이곳 부지는 문래역, 영등포구청역과도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있음에도 환경이 쾌적하지만은 않았어요. 이제 정돈된 유리 커튼월 건물과 모두의 마당으로 열린 선큰 광장으로 다시 탄생했으니 정말 일대 풍경이 달라질 것 같아요. 앞으로 펼쳐질 모습이 기대됩니다.
강석규
저도 이곳이 도심 속 작은 벤치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그재그로 난 1층 상가 테라스에 사람들이 머물다가 가고, 선큰 광장에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모습을 상상해요. 비워 둔 만큼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관
준공 이후에 이렇게 소회를 나누고 피드백을 할 자리가 있어 참 좋습니다. 준공 프로젝트를 몇 개 경험해보니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홀로 남았을 때가 제일 우울하더라고요. (웃음) 2023년 여름 즈음 화창한 어느 날에 당산동에서 같이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할까요? 사용자들이 어떻게 공간을 쓰는지도 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