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건물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표정과 형태 또는 규모로 각각의 상징성을 구축하고 도시의 풍경을 잇는 시각의 절점이 된다. 2011년 봄 판교호텔 현상설계에 참여한 시점은, 한창 도시의 주요 시설들이 먼저 자리 잡기 시작하여 경쟁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겨루면서 신도시의 본격적인 성장을 알리는 시점이었고, 동시에 다른 도시, 지역과 구분되는 장소성을 구축해가던 때였다면, 불과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판교는 너무나도 빨리 익숙하고 평범한 도시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주변 저층부에는 가로를 따라 형성된 상업시설, 그 상부에는 무표정하게 수직으로 꼿꼿이 세워 올라간 업무시설로 동일 한 조건과 제약 안에 엇비슷하게 채워지고 있다. 판교호텔은 그 흐름의 끝단에, 하천과 녹지축의 절점에 자리 잡은 덕분에 비록 동일한 법적, 제도적 제약 안에 있음에도 다른 태도, 다른 환경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