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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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 마리나 설계팀 대담: 현상설계
부산의 해안선은 약 150km에 이른다. 도시 성장과 매립지 개발로 인한 변화를 겪으며 대부분은 공업 및 상업 지구가 차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녹지, 주거, 해수욕장, 친수 시설 등으로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마리나가 들어설 대지의 해안선은 길이 1.5km에 달한다. ‘공공 시설’로서 주어지는 해안은 부산 전체 해안선의 1%에 불과한 셈이었다. 설계팀은 공공에 주어지는 해안의 희소성에 주목했다.
일시. 2023년 8월 9일 13:00 – 14:00
참석. 박재완, 천지혜, 오정택, 정주현, 김기룡
진행. 장혜인
1. 브레인스토밍 티타임
2. 계획 단계 보고서 분석
3. 대지 방문기
4. 실현되기 전의 건물을 전달하는 방법
5. 마치며

부산 시민과 대중에게 “공공을 위한 1퍼센트”의 해안을 마리나 시설로써, “해상 공원을 선물하겠다”는 모토로 작성되었다. ‘호안을 들어올리’는 디자인으로 매립지가 지닌 형태를 반영하면서 부산의 건축적 지형 및 랜드마크와 어우러질 수 있는 점진적 수평성이 특징이다.
브레인스토밍 티타임
천지혜
오전 티타임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이걸 보시면 되게 재밌어요. 저는 “브레인스토밍”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기억 나세요? 6~7월에 세 분이서 진행하시다가 8월에 저와 (박)영빈이 합류하고, 그다음 (김)기룡이 합류했죠.
박재완
처음에 팀원 세 명이었을 때, 아침에 출근하면 가운데 A3 종이 깔아두고 둘러앉아서, 자기가 관심 있게 봤거나 좋아하는 이미지를 서로 나누면서 서로 수다 떠는 시간을 보냈었어요. 이미지는 이 프로젝트와 관계 있어도 되고, 없어도 돼요. 그러면서 나왔던 좋은 이야기들이 이후 과정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죠. 팀원들도 서로의 성향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었고요.
정주현
매일 아침 9시였죠. (웃음) 프로젝트 팀마다 회의 테이블이 하나씩 있었어서, 모니터에 사진 하나씩 띄우면서 티타임을 가진 거죠. A3 종이 뭉치에 (박재완) 소장님이 ‘이런 얘기들을 했었지’ 하시면서 그리고 또 쓰시고, 그렇게 남은 기록들을 스캔도 해 두었었어요.
사실, 저희는 그 이미지들을 업무 도중에 따로 준비해가야 했어요. 하루 일과 다 마치고 나면 ‘맞다, 그거 해야지’. (웃음) 왜냐면 마침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된 시기였거든요. 야근하는 요일을 정해두는 등으로 시간 내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박)재완 님께서 저희 일정을 조절해 주시던 때였어요. 당시에는 둘을 병행하기가 조금 힘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시간이 저희로 하여금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동력이었더라고요. 어찌 보면 회사에서는 내게 주어진 일만 할 수도 있잖아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리프레시하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나올지 재완 님이 질문을 계속 건네주신 셈이에요.
장혜인
재밌었겠네요. 그렇게 다같이 모여서 말랑말랑한 이야기들 톡톡 나누는 중에 좋은 게 많이 나오잖아요.
박재완
티타임을 만든 건 개인적인 경험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인데요. 하나는, 파리에서 아틀리에를 다닐 적에 점심 먹으러 가면 식탁에 놓인 종이에 스케치하면서 프로젝트 얘기를 계속했었어요. 그럼 그 스케치 그대로 사무실에 가져와 도면으로 옮기곤 했죠. 다른 하나는, 학생일 때 프랑스 건축사회 회장을 역임했던 교수님 수업에서였어요. 그분은 학생들에게 일주일 간 작업한 것을 A3에 갖고 오라고 하셨었는데, 우리 발표를 들으시면서 그 A3를 한 장씩 넘겨보시다가 ‘이건 왜 디벨롭이 안 됐니? 여기에는 왜 이 이야기가 빠져있지?’ 내지는 ‘이 아이디어는 너무 좋은데?’ 등으로 크리틱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죠. 그러면 일주일 간 쌓인 작업 중 가치 있는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게 돼요. 거꾸로 말하면, 좋은 생각들을 발전시킬 기회가 없을 뻔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우리 팀원들의 좋은 생각들도 그런 식으로 꺼내어 프로젝트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아침에 커피도 마시면서. (웃음)
오정택
현상 설계 하면서 제일 곤란해지는 경우가, 각자 대안을 내다 보면 기준이 따로 없어서 취사선택이 필요할 때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뚜렷하게 말하기 어려워질 때예요. 모두가 자기 대안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니까요. ‘함께 만들고 합의한 방향성에 따라 이것·이것·이것은 기준이니, 그에 따른 대안을 내자’고 진행하면서 무엇이 더 타당하고 가능한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던 게 좋았어요. 이러한 논의 구조나 콘셉트화 프로세스를 확립해 주신 것이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나도 나중에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박재완
공동의 지식들로 합의된 설계 콘셉트가 나오길 바랐어요. 어느 한 명이 주도하거나, 각자가 땅에 대해 갖는 생각을 제각기 콘셉트화할 수도 있겠지만 아침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만들어진 공감대에서 비롯한 밑그림을 먼저 그려 나가기 시작한 거죠. 설계 대안들 역시 그 바탕에서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도록요.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현상 설계 때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천지혜
요즘은 현상 설계 준비 기간이 보통 길어도 3~4주인데, 부산 북항 마리나는 6월에 일반 현상 공모가 나왔고 10월에 제출이었으니 주어진 기간이 100~120일 여 정도였어요. 마리나란 무엇인지 이해하고 항만 관련 용어를 알아가는 시간도 필요했다 보니… 그런 프로세스가 도움이 됐죠.
정주현
맞아요. 계류 시설은 뭔지, 그걸 설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 그때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국내에는 이렇다 할 만큼 좋은 마리나 시설이 많이 없기도 했고, 책을 구해서 보아도 정보가 자세하지만은 않더라고요. 해외 사례들도 참고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었어요.
오정택
오히려 몰랐기 때문에 이런 프로세스가 유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최대한 분석해 보면서 가자’는 방향이 유효했던 면도 있었을 것 같고, 잘 아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오히려 과정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어요.
박재완
(정)주현 님 말대로 프로그램을 알아가는 단계이기도 했고, 더욱이 시설의 기능이 분명히 작동해야 하는 특성이 있으니 어떤 추상적인 콘셉트 안에 원하는 대로 기능을 배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이를테면 지상에 요트를 보관하는 육상 적층 시설은 마리나에서 면적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시설인데, 이것의 배치에 따른 대안을 고민했던 시기가 있어요. 대지 앞이냐, 중간이냐, 끝이냐. 그 위치에 따라 전반적인 계획도 달라지는 상황이었죠. 그러한 평면적인 운영은 달라지더라도 합의된 관점에서 비롯한 하나의 주제를 이미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프로그램 배치가 적용되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어요.
계획 단계 보고서 분석
천지혜
마리나 기본 계획안은 현상 설계 이전 예비 검토안으로써 2011년도부터 작성되어 왔어요. 1차 안은 2011년 한국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2차 안은 2013년 건일엔지니어링에서, 이후 행림+상지와 한종+건일처럼 컨소시엄 간 경쟁 구도로 작성된 안들도 있었고요. 이외에도 재개발 단지로 지정되고 마리나 건립이 확정되면서 지속적으로 갱신 검토된 버전의 보고서들이 존재해요.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땅이었는지 실감이 되죠. 그간의 데이터를 통해 발주처가 이 땅을 어떻게 인지해 왔는지 읽어내고자 했어요.
오정택
그동안 작성된 계획안과 보고서들로부터 핵심 개념과 키워드, 콘셉트, 이를 위한 접근 방식 등을 파악해 범주화하고 분류했어요. 보고서 각 차수마다 유의미한 주제를 추출하면서 연속해서 강조되던 것들, 결국 공통적으로 호명되던 개념들을 세 가지 정도 뽑아볼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 앞선 보고서에는 없었다가 새롭게 등장한 내용들도, 근래에 필요성을 느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주목하기도 했고요.
장혜인
1차 때 세모, 2차 때 동그라미 등으로 표기가 되어 있네요. 설계에서 적용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골라 놓으신 건가요?
오정택
적용도 적용이지만, 우리는 현상 안에서 무엇에 비중을 둘 것이며 상대 사는 무얼 중요하게 생각할지 파악하기 위함이 더 컸어요. 우리는 네모가 중요한 한편 그쪽은 동그라미를 좋아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왜 그러할지, 1~4차에 걸쳐 남의 생각 읽기를 한번 해 본 거예요.
천지혜
그런 측면에서 상대 사가 해올 것 같은 배치나 설계를 시도해 보기도 했어요. 그래야 미리 단점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RFP에서 가져온 키워드도 많아요. 이는 설계에 고려할 요소들을 추출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RFP는 곧 발주처의 언어이기도 해요. 심사 기준에 따라 채점하기 위해서든,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서든 읽는 입장에서라면 같은 언어로 쓰인 자료가 보다 친숙하겠죠.
이상의 분석 작업은 정택 님이 거의 다 해 두셨던 거예요. 저는 나중에 합류했다 보니, 이렇게 다 모아두신 내용 덕분에 단기간에 프로젝트를 파악하기 좋았어요.
대지 방문기

오정택
이 사진은, 프로젝트 시작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요.
박재완
주현이랑 나랑,
오정택
네, 저까지 셋이서. 초기 부지 모습이에요. 당시 호안 형태 만드는 작업, 방파제 설치 작업 등이 진행되던 중이었어요. 위성 지도로 먼저 확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막상 보니 입구부터 부지까지 들어가는 깊이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때마침 날짜도 7월 22일, 한창 더웠을 때였죠. 셋이서 한여름 뙤약볕에 피부 태워가며 걷고 있자니 신호수 아주머니께서 ‘차 없이 그냥 걸어가느냐’고 걱정 어린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웃음) 체력이 다 떨어져가던 찰나 부지에 겨우 도착했고, 그 거리감이 상당히 와 닿았어요. 이 지점에서 저기로 가려면 얼마나 들어가야 하고, 저쪽으로 가려면 또 얼마… ‘이곳은 어디서부터 몇 퍼센트 지점’이라는 감각을 체감했던 거죠. 몸은 고되었어도 수확이 많았던 답사였어요. 설계하는 내내 그 느낌을 갖고 갈 수 있었고, 특히 진입부 설계에는 재개발 단지 전경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기대감을 반영하기도 했어요.
김기룡
저는 현상 도중에 합류한 팀원이라, 휴가 중에 혼자 대지를 방문했었어요. 비 오는 날이었는데, 그 일대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국제여객터미널이라 우산을 쓴 채 옥상에 올라 둘러보았죠.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면 대지 주변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경우가 잦은데 이곳은 아직 개발 중인 단지였기 때문에 사방이 트인 공간감이 좋았어요. 물류 시설이 많아 바다 건너 크레인이 움직이는 산업 도시의 풍광도 보이고 있었고요. 우리의 마리나는 이곳에 어떤 모습으로 들어서야 가장 합리적일지, 그리고 사람들도 많이 이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장혜인
사이트 분석 끝에 이곳을 “1%의 가치”라 함축하신 키워드가 개인적으로 재밌었어요. 마침 숫자도 공교롭고, 그것을 공공에게 돌려주자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고요.
오정택
부산의 지역사를 조사하던 중 ‘부산에서 바다를 보러 갈 만한 장소는 잘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부산은 6.25 전쟁 이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산지에 주거가 조성되고, 생업을 위한 산업 시설은 해안가에 형성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바닷가를 영유하기보다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죠. 그래서 부산에 바다가 있다지만, 정작 부산 사람들은 이를 얼마큼이나 ‘우리 바다’라 가까이 느끼며 지낼까 싶었던 거죠.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정보를 추적해보니 실제로 해변에서 바다를 향유할 만한 시설은 극히 드물었고, 그 드문 경우조차도 모두 자본을 보유한 기업과 개인이 차지하고 있던 게 현실이었죠. 그래서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바다의 희소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래도 그렇지, 설마 1%일 줄은요. (웃음) 부산의 해안선 길이가 약 150km에 달하는데 저희 대지의 호안선 길이를 재 봤더니 1.5km 가량 되었어요. 정말 100분의 1이더라고요.
박재완
부산에 한동안 살았을 때, 해안가를 따라 차를 달려봐도 바다를 볼 데가 마땅히 없었던 경험이 있어요. 해수욕장에는 상업 시설이 즐비해 있고, 아니면 콘도나 호텔을 가야 하죠. 산에 오르거나 모래사장에 눕지 않는 이상 아무런 ‘체크 인’ 없이 바다를 접할 만한 시설은 매우 한정적이에요. 현상 설계인 만큼 이를 수치로도 표현해보면 좋겠다며 계산해 보니 그렇게 나왔죠. 마리나에 공공성이 필요한 배경을 나타내는 키워드였어요.
실현되기 전의 건물을 전달하는 방법
박재완
일전에 부산 공동어시장 현상 공모 참여하면서, 부산에서는 조형이 과격한 설계안이 자주 당선된다는 특징을 알게 되었었어요. 지역 설계사로서 협업했던 ING도 ‘형태가 무조건 세야죠!’라고 조언하셨었고요. (웃음) 다만 우리 단지에는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가 지어질 예정이고, 팀원간의 논의를 통해 공공성이라는 화두에 다다랐던 만큼 형태적으로 자웅을 겨루고 싶지는 않았어요. ‘오페라 하우스라는 멋진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다면, 마리나는 이를 객석처럼 받아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는 테라스 형태를 띤 매스로 발전되었어요. 오브제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 그 자체로 상징symbol이 되고자 했던 거예요. 이런 생각들이 다름 아닌 그 아침 회의에서 나온 거예요. (웃음) 길다란 모습을 부각시키는 모형을 만들었던 것도 그러한 조형적 메타포를 일정 부분 상쇄하기 위한 차원이었어요. 현상 설계에서 길이 2m짜리 단면 모형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기룡 님과 영빈 님이 고생 많이 했죠. 중간 설계 때 한 층이 더 높아지게 되어 조금 아쉽지만요.
김기룡
(멋쩍은 웃음) 보조하는 분도 계셨는걸요. 그때는 열심히 만들기도 했지만, 동료들 모두가 정말 순수한 열정을 갖고 몰입해서 일한다는 걸 깊이 느꼈어요. ‘이 일은 진짜 긴장감을 갖고서 나 아닌 타인을 위해 열정적으로 해야 하는구나’, 그런 업의 본질을 많이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매일의 업무 수행을 넘어, 우리가 해낸 일이 나중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며 이를 설득하기 위한 시나리오들까지도요. 당시에는 ‘모르긴 몰라도 무언가 있겠구나’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어요. 돌이켜 봐도 정말 그렇고요.
정주현
질문지에서 ‘실현되기 전 건물을 전달하는 방법’을 물으셨는데, 저희 안을 잘 드러내 줬던 게 그런 모형이었다고 생각해요. 단면 모형과 콘셉트 모형, 그 두 가지요. 현상 설계안 제출 보고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쪽수가 정해져 있었고 흑백으로 제출하라는 작성 조건도 있어서, 어떻게 안을 효과적으로 보여줄지 저희끼리 정말 많이 고민했었어요. 표현기법 측면에서 그래픽 디자인 사례들을 여럿 참고하기도 하고, 쪽수가 모자라면 보고서 간지까지 알차게 사용하는 등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죠.
마치며
오정택
저는 현상 설계 동안의 프로세스가 정말 좋았어요. 재완 님께서 ‘스텝 바이 스텝으로 좋은 것들을 잘 밟아나가보자, 무작정 그리기보다 분석을 하고 나서 그려보자’며 단계별로 명확하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법들을 토의하며 진행한 과정이 기억에 남아요. 결과적으로 여유 있게 진행될 수 있었던 현상이었어요.
박재완
DP로서 제가 좋았던 것은, 저 포함해서 우리 팀원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서 좋았어요. 누군가가 콘셉트를 주도하고 그에 따라 역할이 나뉘는 일 없이요. 분업은 필요한 게 맞는데, ‘나는? 나는 뭐 아이디어 없는 줄 알아?!’ (일동 웃음) 하고 누군가 쀼루퉁할 일이 없었다는 뜻이에요. 하나의 주제 아래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다양한 안들을 나누며,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저는 가장 높이 사요. 특히나 현상 설계였던 만큼 더더욱요.
김기룡
얼마 전에 준공 사진을 조금 받아봤는데, 건물이 가진 각각의 면들이 주변에 잘 대응하면서 하나의 풍경에 녹아든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고향에 다녀오면서 한 번 들르고 싶었는데 아직 자잘한 공사 중이어서 가볼 순 없었거든요. 설계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 그때의 안목과 식견들이 어떤 그림으로 발휘되었을지 궁금해요. 나중에 시간 내서 꼭 다시 방문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