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CM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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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안인석 정림CM 기술사업본부 상무
정림건축의 프로젝트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계획 단계의 투시도와 준공 결과물이 매우 흡사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설계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엄밀하고 일관된 공정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건축과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이 결합할 때 어떠한 시너지가 나는지, 정림CM 기술사업본부 소속 안인석 상무의 경험이 이를 명징하게 설명해 준다.
CM 수행 프로젝트
그간 정림건축에서 CM으로 수행해 온 프로젝트들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2년에 준공한 현대해상 부평 사옥 신축은 제가 정림건축에 입사해 처음 맡았던 프로젝트예요. 전 회사에서 현대해상의 설계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 감리 역량을 좋게 봐주셨는지 제가 정림건축에 입사한 후에도 연락이 왔지요. 건축가와 좋은 협업을 이뤄 잘 마무리한 첫 CM 프로젝트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현대해상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부평 사옥 다음으로 현대해상 곤지암연수원의 자그마한 문서고를 신축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하이비전센터 신축 프로젝트로 확장되었습니다. 문서고가 마무리될 즈음, 발주처에서 기존 연수원의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경기도 광주 지역은 청정 지역이라 인허가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사업 추진이 무산될 처지에 놓인 차에 저에게 넌지시 검토를 부탁한 거였지요. 면면이 검토해 보니 가능성이 보였고, 기존 규모 대비 두 배 이상 확장한 현재의 연수원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협업했던 분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재미난 일화도 많았던 프로젝트예요. 대지 레벨 모형을 직접 제작하며 설계안을 검토하기도 하고, 부지 아래 폐공장을 독채 삼아 숙식하기도 했습니다. 발주처와 건축가, CM과 시공사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수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그 덕택인지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둬 보람도 컸습니다. 제 CM 역량 성장의 발판이 된 작품이에요.

담당했던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또 다른 상을 받기도 했지요.
앞선 CM 경험을 토대로 대구은행 본점과 3.1빌딩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한국리모델링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지요. 대구은행 본점은 정림건축이 설계했던 작품을 40년이 지나 리모델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고, 3.1빌딩은 학부생 때부터 존경했던 김중업 선생님 작품을 리모델링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영광스러웠습니다. 또한 3.1빌딩은 근현대 건축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건축적 방식과 그 아카이빙도 고민한 작품이에요. 출판 및 기고, 전시, 미디어 노출 등 여러 가지 활동이 수반되었던 만큼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수행작으로 꼽고 싶습니다.
정림CM의 강점
CM 업무는 정림건축이 창립 당시부터 주창했던 ‘토털 디자인’을 높은 완성도로 가능케 하는 일인 듯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림CM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건설사업관리(CM)란 간단히 말해 건축주 또는 발주처를 대신해 그 사업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공기 준수와 공사비 절감은 물론 구조와 자재 관리를 통해 최고의 성과물을 구현하고, 현장의 안전관리 등 건설에 필요한 업역 모두를 아울러야 합니다. 아주 전문적이고 어려운 업이지요. 저는 동시에 건축적인 디자인 의도가 현장에서 적절하게 구현되고 있는지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업무 수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 현장에서 모두가 ‘상세 설계’를 외치지만 막상 그러한 디테일을 현장에서 구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니까요. 더욱이 현대의 건축물은 건축 관계자들이 소통한 각 요소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더더욱 ‘작품’이라 여기고 임합니다. 설계자부터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쌓아 올린 성과물을 현장에서 더욱 빛나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겁니다. 적당히 임했다가 엉망이 되는 현장을 저는 결코 바라지 않아요.
정림CM은 이처럼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도 모두 각 요소별 전문 건설산업관리자(CMr)들과 함께 최선으로 이룬 최고의 성과물이지요. 서로를 믿고 움직이며 힘써 제작한 성과물이 높은 퀄리티로 마무리되니, 발주처도 자연히 만족하고 이후 재차 찾아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정림CM의 차별점인데, 그 대표 사례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3.1빌딩 리모델링을 꼽고 싶네요. 이 프로젝트는 1969년에 준공한 건물이었던 만큼 노후 자재를 교체하고 구조적으로 보강하면서 근현대 건축 문화유산으로서의 상징적 요소를 보존하고 드러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 핵심이 되는 입면성을 이루는 스틸 커튼월은 원비례를 유지하면서 현대식으로 교체 설치했습니다. 기존 스틸 커튼월 일부를 해체해 헤리티지 요소로 1층에 보존 설치했고, 몇몇 기둥과 보를 날 것 그대로 드러냈어요. 스틸 커튼월의 I빔에는 원래 일본산 코르텐 압연강재를 사용했는데, 굳이 이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수급이 안정적인 국산 자재를 찾았습니다. 포스코의 도움으로 포스맥(PosMac)이라는 고내식성 철판을 두께 6mm의 후판으로 생산, 기존 I빔과 동일한 크기로 레이저 용접해 빌트업(built-up)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거기에 현존 최고의 내마모성 도료로 도장해 설치하는 것으로 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러한 상세 설계를 구현한 끝에 현재의 3.1빌딩의 정면성이 완성되었지요.

진정성 있는 현장 관리가 발주처와의 긴밀한 관계 형성의 비결인 셈이네요.
발주처에서 원하는 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성과 진정성을 발휘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서로 호흡이 잘 맞았던 게 아닌가 합니다. CM 단원들과 시공사 직원들에게도 종종 그럽니다. ‘나 자신도 이 건물을 다 짓고 나서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족들 데려와서 내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으면 지금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요. 이렇게 좋은 발주처, 훌륭한 설계자, 그리고 CM과 시공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건축을 수행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