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방식에 따라 남향받이에 배산임수의 지세를 취함으로써 땅과 역사와의 깊은 관계 형성에 집중한다. 산의 지형도를 따르면서 가로로 길게 펼쳐진 본 공간은, 과밀도시 서울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도심 속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거울 못’으로 알려진 건물 앞 넓은 수공간은 산책하듯 우회하는 걷기의 미학을 제시한다. 이는 거대한 규모의 공간을 일련의 작은 단위로 경험하도록 장려하는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면서 또한 위압적인 제도공간이 불러일으키는 권위에 대한 완곡한 제안이기도 하다. 얕은 산세에 낮고 길게 늘어뜨려진 박물관은 아늑함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종의 성곽이며, 이는 산과 물이라는 주변 환경과 완전히 차단되지도 그렇다고 과도하게 접촉하지도 않는 관계맺기의 방식을 보여준다.